오랜만에 수원에 가기로 해서 기차를 예매했다. 짧은 거리라도 기차에 오르는 건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. 습하지 않고 날씨도 많이 덥지 않아서 기분이 좋았다. 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감동란을 사들지 못하고 탄 게 아쉽다.
숙소는 매홀재. 하나의 독채 안에 방이 여러개인 구조이고, '서호낙조'를 예약했다.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한 번에 1~2팀만 받으신다고 독채를 통째로 내어주셨다. 주인 분이 친절하셨고 '혹시 모르니까'를 강조하시며 누르면 보안업체가 오는 리모컨을 주셨다. 서호낙조는 2층에 있는데 맞은편 건물과 기와지붕에 조금 가리긴 하지만 그 너머로 보이는 전망이 좋다.
첫 번째 식사. 감자 스프와 토마토.. 페타크림 토스트(?). 아메리카노를 시키려다가 이미 커피를 마셔서 탄산수로 주문했다. 스프 종류는 바뀌기도 하는 듯 하다. 감자 스프가 되직해서 빵에 올려먹기 좋았다. 토스트와 토마토 사이에 끼어 있는 게 페타크림인 모양인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맛있었다. 토마토 뒤에는 청포도 두 알과 올리브 두 알이 숨겨져 있다. 올리브는 씨까지 통째로 주신다.
잠시 시간을 때운 프로젝트 밀. 걷기엔 해가 쨍해서 시간 때우려고 들어갔다. 한라봉 에이드를 시켰다. 잠봉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못 먹어본거라 좀 궁금하긴 했다. 둘 다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아서 결국 시키지는 않았다.
처음 가보는 행궁. 여름이라 제법 늦은 시간까지 밝아서 느긋하게 걷기 좋았다. 야간개장 때문인지 달 풍선이 있었다. 크기가 커서 바람을 다 넣기까지 오래 걸리던데, 아르바이트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멀리서 구경했다. 다 돌아보고 나오면 행궁 앞 공터에서 연 날리는 사람들도 많았다.
연밀은 중국 만두 음식점이다. 새우육즙만두도 먹었는데 허버허버 먹느라 사진을 깜빡했네 ㅎ. 이건 삼선빙화만두. 새우육즙만두는 찜기에 나온다. 베어물면 육즙이 줄줄 흘러서 조금 식혔다가 한 입에 먹는 게 좋다. 육즙으로 가득한 만두는 처음인데 너무 맛있었다. 삼선빙화만두에는 부추, 고기, 새우가 들어간다고 메뉴판에 적혀있다. 빙화만두도 평소에 먹었던 만두보다는 육즙이 많은 편이다. 개인적으로는 빙화만두보다는 새우만두가 더 맛있었다.
타포린. 면밀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던 카페다. 지나가는 길에 흘끔 본 분위기가 좋았고, 누가 거기서 "주인 분이 친절하고.." 어쩌고 대화를 하면서 나오시길래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. 테이크아웃하면 아메리카노가 삼천원인데 밤이 늦은 터라 허브티를 마시기로 했다. 메뉴판에는 그냥 허브티라고만 적혀 있는데 루이보스라고 했다.
돌아와서는 각자 가져온 책을 읽었다. 네 읽는 속도가 빨라서 신기했다. 속독은 나도 배웠는데... 근데 그간 읽은 책의 양을 생각하니 납득이 되더라. 정말 멋쟁이~! 손에 잡은 책이 너무 어려워서 그런가 그날따라 일찍부터 피곤했다. 눕자마자 호로록 잠들었는데 세시에 잤다고 그래서 미안했다. 다음에는 좀 더 체력을 비축해두겠어! (과연 다음 1박 이상의 여행은 언제 할 수 있을지?)
머물고 있는 숙소가 아침이 제공되어서 배부르게 먹었다. 불고기 치아바타와 스크램블 에그, 그리고 오렌지 주스, 아메리카노, 과일까지 챙겨주신다. 10시 체크아웃이라 돌아다니기엔 구경할만한 가게들이 열지 않았을 것 같아서 숙소 옆에 딸린 카페에서 시간을 때웠다. 아메리카노에 꽃잎을 띄워마시는 감성 가득한 경험을 했다.
한 시에 여는 골목책방 브로콜리 숲. 독립 서점의 고요한 분위기가 좋다. 계란책이 정말 귀여웠지만 맨 뒷 장의 출처에 포함된 나무위키가 나를 싸늘하게 만들었다.
마무리는 즉석 떡볶이. 다 먹고 밥 볶는 건 국룰이다. 2인분 시키면 야끼만두가 1개고 3인분은 2개다. 신개념 우정테스트? 떡과 면이 다 익을 쯤에는 야끼만두였던 것이 되어버려서 흔적만 조금 줏어먹고 말았다.
올 여름은 여행없이 흐지부지 끝날 줄 알았는데 만족스러운 행궁 나들이가 되어서 기분이 좋다. 주말을 내게 할애해준 친구야 사랑해 고마워 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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